허리디스크: 구조적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가장 일상적인 질환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는 요추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이 파열되거나 약해지면서 뒤쪽의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디스크가 튀어나왔다”고 단순하게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튀어나옴’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구조 변화가 그 뒤에 자리한다. 허리를 지지하는 골격, 근육, 근막, 신경이 모두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균형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는 점에서, 허리디스크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추간판이 받는 압력의 방향: 문제는 ‘한 방향으로만 눌리는 것’
추간판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며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이 디스크는 어느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압박이 가해지면 섬유륜(바깥 둘레)이 약해지고, 결국 수핵이 특정 방향으로 밀려 나오게 된다. 이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후방·후외측으로의 돌출이다. 그 이유는 척추의 앞쪽은 강한 인대와 근육으로 지지되지만 뒤쪽은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는 이 후방 압력을 가장 강하게 만든다. 앉은 자세는 선 자세보다 추간판 내 압력을 40~60% 더 증가시키며, 특히 등이 굽어진 상태라면 압력은 더 커진다. 즉, 현대인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동안 디스크는 지속적으로 뒤쪽으로 밀리고, 그 반복된 패턴이 누적되면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허리디스크의 증상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
많은 이들이 허리디스크를 단순히 “허리에서 다리로 뻗치는 통증”으로 기억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훨씬 다양하다.
신경이 압박되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허리 중앙의 날카로운 통증, 골반·둔부로 이어지는 묵직한 당김, 허벅지 뒤쪽 또는 종아리의 저림, 발목·발가락의 감각 이상, 다리 힘 빠짐 또는 근력 저하, 오래 앉아 있으면 악화되고, 걷거나 누우면 완화되는 패턴.
특히 하지방사통은 ‘신경주행 경로’에 따라 정확히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신경근이 압박받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5 신경근이 눌리면 엄지발가락을 드는 힘이 약해지고, S1이 눌리면 까치발이 어려워진다. 이는 디스크가 단순한 통증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의 질과 기능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왜 현대인은 허리디스크에 취약한가
허리디스크는 사고나 큰 부하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누적된 반복 패턴’이다.
1) 장시간 앉는 자세
허리디스크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이다. 개발자, 사무직, 학생, 운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앉으면 골반이 뒤로 말리고, 요추 전만이 사라지며, 디스크는 지속적인 후방 압박을 받는다.
2) 중심 근육의 약화
척추는 단순히 뼈와 인대만으로 지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 횡격막으로 이루어진 ‘코어 시스템’이 척추의 미세한 안정성을 조절한다. 현대인은 이 근육군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있어, 디스크가 받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3) 반복적 굴곡 작업
허리를 굽힌 채 물건을 드는 동작, 바닥 청소, 아이 돌보기 등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 반복될 때 디스크 내의 압력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복부 힘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할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4) 스트레스와 호흡 패턴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흉식 호흡을 하게 되고, 이때 흉곽이 경직되며 요추·골반의 가동성도 함께 떨어진다. 이는 디스크의 압력 분산 기능을 저해한다.
결국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디스크가 견디기 어렵도록 설계된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작은 압박이 오래 반복되는’ 패턴이 허리디스크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MRI가 말해주지 못하는 것들
허리디스크 진단에서 MRI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영상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경우가 흔하다.
MRI상 큰 탈출이 있지만 통증은 거의 없는 사람
MRI상 작은 돌출인데 통증이 매우 심한 사람
영상상 디스크가 거의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증상은 사라진 사람
이 차이는 신경공의 넓이, 주변 근육의 긴장 패턴, 염증 정도, 신경이 눌리는 방향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결과다. 다시 말해, 허리디스크는 디스크 자체의 모양보다 **압박이 발생하는 ‘환경 전체’**를 이해해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보존적 치료의 핵심: 척추 정렬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비수술적 치료는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1)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
근막 긴장 완화, 신경활주 운동, 가벼운 견인 등은 압박을 줄이는 데 유효하다.
2) 골반·요추의 정렬을 되돌리는 것
디스크는 본래 중립 자세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골반이 앞·뒤로 기울어진 상태가 고착되면 디스크는 비대칭 압력을 받는다.
이를 교정하기 위한 대표적 접근은 다음과 같다.
고관절 가동성 회복, 요추 전만 회복, 흉추의 회전 가동성 증가, 둔근 기능 활성화.
3) 코어 시스템 재교육
허리디스크는 단순히 허리의 문제가 아니며, 복압(내부 압력)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허리는 모든 충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복횡근·횡격막·골반저근·다열근의 조화로운 수축을 되돌리는 과정이 치료의 중심이 된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지’이며, 생각보다 드물다
허리디스크 수술은 아래 상태에서 고려된다.
근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될 때
대소변 장애 같은 중증 신경증상이 나타날 때
보존적 치료에도 일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통증이 지속될 때
하지만 실제로는 허리디스크 환자의 대다수가 수술 없이 회복 경로에 들어선다.
디스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축·흡수되는 자연 회복력이 있으며, 적절한 움직임과 관리가 병행되면 신경의 압박도 감소한다.
예방의 핵심: 하루 동안 디스크가 받는 압력의 ‘패턴’을 바꾸는 것
허리디스크 예방의 핵심은 단순 스트레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 압력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1)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디스크는 ‘다양한 압력’을 받을수록 건강하다.
작은 움직임들이 반복되면 수분과 영양 공급이 원활해진다.
2) 고관절 사용 비율 증가
허리는 버티는 구조이고, 고관절은 움직이는 구조다.
허리로 굽히는 습관만 바꿔도 디스크는 받는 부담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
3) 걸음과 호흡의 정상화
걷기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요추 재활 운동이다.
횡격막 호흡이 정상화되면 체간 압력이 안정되고, 허리의 미세한 흔들림이 줄어든다.